한수원 “토종기술 APR1400 최초원전…안전성‧경제성 향상”
UAE 잇는 추가 수출 기반 ‘청신호’, NRC DC 취득도 가속화

대한민국 원자력산업의 시금석이 될 '신고리원자력발전소(설비용량 1400MW급) 3ㆍ4호기' 전경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홍보실

바야흐로 세계 최초 제3세대 원전 시대가 열렸다. 국내 25번째 원전이자 토종기술로 개발한 최초의 모델 APR1400으로 건설된 신고리 3호기(설비용량 1400MW급)가 20일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일원에 건설된 신고리 3호기는 국내기술로 개발된 신형가압경수로(APR1400)로서 개선형 한국표준형원전(OPR1000)을 토대로 해외 신형원전의 신개념 기술을 참조해 설계된 국내 첫 3세대 원전이다. 특히 신고리 3호기를 참조모델로 UAE에 원전 수출을 이룩하면서 그야말로 전 세계 원자력계가 신고리 3호기 건설과정에 집중했다.

◆2007년 11월 첫 삽, 9년의 산고(産苦) 종지부 찍어
2007년 9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전원개발사업실시계획을 승인받아 부지정지 공사에 돌입한 신고리 3호기는 ▲2008년 4월 원전안전위원회로부터 건설허가 취득 ▲3호기 본관 기초굴착 착수 ▲2008년 10월 최초 콘크리트 타설 착수 등 본격적인 구조물 및 기전공사를 수행했으며, 2012년 5월 상온기능시험 및 2012년 11월 고온기능시험을 완료했다.

그러나 신고리 3호기의 ‘파란만장’ 산고(産苦)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원전에 대한 안전성 강화가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대형 자연재해 상황에 대비한 개선조치 사항들이 반영됐으며, 방수문 설치, 화재방호시스템 강화 등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사고에 안전하게 대비할 수 있도록 보강조치를 취했다.

또 ‘밀양 765kV 송전선로 건설공사’로 인한 한전과 지역 내 갈등이 심화되면서 급기야 NGO단체와 정치권은 연일 ‘신고리 3호기 건설중단’을 촉구하는 공세를 펼쳤다. 이에 설상가상으로 안전등급 제품인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가 위조’ 사실이 들어나면서 그에 대한 교체작업이 1년여 가까이 이어졌다.

특히 2014년 12월 3호기 보조건물 내 RD밸브룸 가스누출로 인한 인명사고가 발생해 수개월에 걸친 경찰수사가 이어지면서 ‘무결점, 무사고 건설완료' 오점을 남겼다.

이후 신고리 3호기는 KINS의 심ㆍ검사를 거쳐 2015년 3월부터 원안위의 운영허가 심의가 3번(3월 26일, 4월 10일, 4월 23일)에 걸쳐 진행됐지만 결국 심의는 잠정적으로 연기됐다. 실제로 원안위 위원들은 3차례 걸친 회의에서 신고리 3호기가 APR1400 최초 원전임을 감안해 기존 원전과의 차이, 사업자의 운영기술능력과 계측제어계통의 사이버 보안 적합성 등에 대해 집중 논의했지만 역시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또 원안위의 추가 심의가 진행되는 동안 신고리 3호기는 GE사의 플러그 리콜에 이어 제어봉위치전송기 조립체 재시험 조치 등 APR1400 최초 원전 건설에 따른 초도 기자재 제작 및 성능검증 확인으로 당초 사업계획보다 약 32개월 가량 지연됐다.

그로인해 신고리 3호기를 참조모델로 UAE에 원전을 수출한 한전은 ‘신고리 3호기의 연내 가동승인이 불투명’ 해지면서 정상가동이 이뤄질 때까지 매월 공사대금의 0.25%에 패널티를 물어야 하는 악재까지 겹쳤다. 하지만 원안위는 2015년 10월 29일 '신고리 3호기 운영허가'를 최종 결정했으며, 운영허가를 취득한 신고리 3호기는 11월 3일 최초 연료장전 완료 후 약 13개월에 시운전시험을 거쳐 이날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일원에 건설된 신고리 3호기는 국내기술로 개발된 신형가압경수로(APR1400)로서 개선형 한국표준형원전(OPR1000)을 토대로 해외 신형원전의 신개념 기술을 참조해 설계된 국내 첫 3세대 원전이다. 사진은 신고리원자력발전 3ㆍ4호기 건설 당시 야간 전경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홍보실

◆APR1400, 무전원 수소제어장치 등 안전 강화 23건 개선
이날 ‘신고리 3호기의 상업운전’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원자력계는 “국내 최대 출력인 1400MW 발전소 시대가 열렸다”며 “UAE 수출원전과 동일 노형인 APR1400이 본격 가동을 앞둠에 따라 APR1400의 추가 수출 가능성이 한층 밝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관섭 한수원 사장은 “국내기술로 개발된 신고리 3호기는 발전용량은 140만kW급으로 기존 100만kW 대비 40% 증가했고, 설계수명은 60년으로 기존 40년 대비 50% 향상하는 등 한국형원전(OPR1000)에 비해 안전성․경제성․편의성을 크게 높였다”고 밝혔다.

특히 이 사장은 “신고리 3호기 상업운전을 통해 첨단 원자력 과학기술 보유국으로써의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높였다”면서 “앞으로 과제는 국민에게 신뢰를 얻고, 정부3.0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원전운영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사장은 “신고리 3호기에 이어 신고리 4호기도 2017년 상반기 운영허가를 취득하고 시운전 시험을 거쳐 내년 말에 준공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수원에 따르면 APR1400은 1992년부터 2001년까지 10년에 걸쳐 2346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원전의 안전성, 경제성, 운전 및 정비 편의성을 대폭 향상시킨 원자력발전소이다.

특히 내진설계를 선행호기인 개선형 한국표준형원전(OPR1000‧신월성 1‧2호기)의 0.2g(규모 6.5)에서 0.3g(규모 7.0)로 증가시켰으며, 60년 운영기간을 반영해 설계단계부터 강화된 안전기준을 적용했다.또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교훈을 반영해 설계기준 이상의 지진발생시 자동 원자로정지 설비 설치, 전원상실을 대비한 이동형 발전차를 배치했으며, 무전원 수소제거설비와 원자로 외부 비상급수유로를 설치하는 등 대형 자연재해 대응을 위한 23건의 개선사항을 설치, 완료했다.

신고리 3호기의 상업운전 착수로 국내 운영원전은 총 25기가 됐으며, 설비용량은 2310만kW에 달해 국내 발전설비 용량(1억500만kW)의 약 22.1%를 차지한다. 또 신고리 3호기는 연간 약 104억kWh의 전력을 생산해 부산․울산․경남지역 전력량의 약 12%를 감당하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신고리 3호기의 상업운전은 우리나라의 원전기술의 우수성과 원전건설 능력을 세계적으로 널리 입증했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현재 전 세계 ‘제3세대’ 원전으로 평가되는 AP1000(미국), EPR(프랑스) 원전은 미국, 프랑스, 중국, 핀란드 등에 각각 8기, 4기 건설 중이지만 최소 1년에서 10년 이상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신고리 3호기의 상업운전을 통해 APR1400은 경쟁노형에 비해 가장 앞서 원자로”라면서 “APR1400의 안전성이 구체화됨으로써 해외 원전시장 진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설계, 제작, 시공, 운영 등 선진 원전기술과 기자재를 원전 도입국가에 수출해 국내 기자재산업 발전에 기여는 물론 입증된 기술력확보로 미국 NRC(원자력규제위원회) DC(설계인증) 취득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편 신고리 3‧4호기 건설 사업에는 약 7조원의 건설비가 투입됐으며, 연인원 약 620만명, 약 300여 협력업체가 참여하는 등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신기후체제의 저탄소에너지원으로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원자력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앞으로 신고리 3호기는 연간 약 104억kWh(1기, 이용률 85% 기준)의 전력을 생산하게 되며, 이는 2014년 국내 총 발전량의 약 2%에 해당하는 추가 전력량을 확보하게 된다”면서 “이로써 부존자원이 열악한 우리나라의 에너지안보를 더욱 굳건히 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연간 약 858만톤의 온실가스 감축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들은 “신고리 3호기는 APR1400 최초 원전인만큼 초도품목 제작지연, 공급사 품질성적서 위조에 따른 안전등급 케이블 전량 교체 및 후쿠시마 후속조치 등으로 인해 사업일정이 다소 지연됐지만 이는 원전의 품질확보를 위한 불가피하게 소요된 기간이었다”면서 “신고리 3호기의 건설 및 시운전경험 피드백을 통해 UAE 원전은 물론 후행호기(신한울 1‧2호기 등)에서는 안전성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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